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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扶餘 無量寺 彌勒佛 掛佛圖)문화재/내가 본 국보 2025. 3. 17. 22:21
3월 6일 국가유산청 지정 예고
길이 14m 초대형 입상 형식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3월 6일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扶餘 無量寺 彌勒佛 掛佛圖)’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길이 약 14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로,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장식한 보살형 입상 형식으로 표현됐다. 특히, 이러한 장엄신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으로서 미술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또한, 균형 잡힌 자세와 비례, 적·녹의 강렬한 색채 대비,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의 조화로운 사용을 통해 종교화로서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괘불은 하단 화기(畵記, 불화 하단에 제작 연대, 봉안 장소, 제작 목적, 시주자, 제작자 명단 등을 적은 것)를 통해 제작 연대와 화승(畵僧)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화기에 따르면, 이 괘불은 법경(法冏)·혜윤(慧允)·인학(仁學)·희상(熙尙) 스님 등이 1627년(인조 5년)에 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현재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보다도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또한, 화기에 ‘미륵(彌勒)’이라는 주존 명칭이 명시돼 있어, 충청 지역에서 유행한 미륵대불 신앙의 전통 속에서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괘불은 이후 제작된 유사 도상의 괘불에도 큰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괘불도의 확산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규모, 장엄성, 시기성, 상징성, 예술성 등에서 한국 괘불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국보로 지정해 보존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번 국보 지정 예고는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국보로 지정된 이후 28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국가유산청은 △제작자와 화제(畫題) 등의 기록이 명확한 작품 △동일 유형의 도상 중 선구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 △장황(裝潢, 그림이나 글씨 등 서화류에 종이나 비단을 덧붙여 족자, 병풍, 전적 등의 형태로 꾸미는 것) 등 구성 요소가 완전하고 변형이 적은 작품 △표현 기법과 제작 기술이 뛰어난 작품 등을 기준으로 삼아 지정 예고를 진행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 예고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한편,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법회를 진행할 때 내거는 대형 불화로, 압도적인 규모와 독창적인 도상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전통 문화유산이다. 조선 후기에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괘불도는 초기에는 본존이 결가부좌한 좌상 형식이었으나 점차 입상 형식으로 변화하면서 크기 또한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괘불도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조성됐으며, 현재 ‘칠장사 오불회 괘불’ 등 7점이 국보로, ‘죽림사 세존 괘불’ 등 55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전국적으로 약 120여 점의 괘불도가 전해지고 있다.
박건태 기자 sky@beopbo.com
[1769호 / 2025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문화재 > 내가 본 국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